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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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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1-04-23
Words:
3,989
Chapters:
1/1
Kudos:
3
Hits:
106

속옷

Summary:

대략 시즌 2 언저리,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시점. 개랙은 줄리안에게 속옷 모델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 (왜 그렇게 봐요?!)
"친애하는 박사님, 사진기는 늘 거짓말을 하지요…"

Ololon님의 "Underwear"의 번역입니다.

Notes:

백년쯤 전에 개랙바시어 야후그룹 메일링 리스트의 Kaytee가 검토해 주었습니다. 버전2의 이야기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영영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글을 마무리하고 정리했습니다. 새로 올린 글입니다.

Work Text:

난 그 신비로운 공기를 알아요 , 그건 당신의 속옷을 보고 싶어요 라는 뜻이죠 Miserable Lie, The Smiths

 

그들의 주간 점심식사는 즐거울 수밖에 없는 구경거리에 의해 방해받았다. 바의 소유주가 빙글빙글 웃는 보안관 오도에게 체포당하는 광경이었다. 줄리안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기 위해 목을 길게 뺐지만 쿼크의 새된 항변은 잦아들지 않는 바의 소음에 묻혀 버렸다.

“저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 그가 친구에게 관심을 되돌리며 물었다. “또 보울몰이는 아니겠지?” 개랙은 눈썹을 찡긋했다.

“이번엔 보다 특이하네요, 제가 이해하기로는요.” 그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음모를 꾸미는 사람처럼 말했다. “명백히, 쿼크가 아주 흥미로운 물건을 정거장에 뿌리고 있더군요.”

정말?” 줄리안의 눈이 커졌다. “글쎄,” 그가 좀 더 세련되게 말하려 노력하며 덧붙였다, “그 색정적인 홀로프로그램들보다 부적절하기는 힘들 텐데. 어, 그런 걸 갖고 있다고 들은 적 있어.” 놀랍게도, 개랙은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색정적’이라는 말은 그렇게… 노골적인 것에 붙이고 싶은 표현은 아니네요.” 그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경멸의 코웃음을 더해서.

“상상의 여지가 없다?” 호기심이 든 줄리안이 운을 띄웠다.

“그거예요. 어떻게 그런 것에… 흥분하는지는 제 이해를 넘어서는 부분이에요. 차라리 해부학 영상을 보는 편이 낫죠.”

“글쎄, 비록 참가자 대부분이 죽었는데도 말이야.” 개랙은 그의 논점을 줄리안이 대신 지적해 주었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그가 장난스레 말문을 열었다. “카다시아인에겐 음란물이 없어?”

“안됐지만, 딱히 이 하나의 예시에서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차이는 아닌 것 같네요.” 개랙이 건조하게 답했다. “개인적으로는 능숙한 옷차림과 교묘하게 숨긴 의미를 보다… 자극적으로 느껴요. 또는, 우리 재단사들이 말하길: 알맞은 속옷은 꽤 멀리까지 갈 수 있죠.” 줄리안이 웃었다.

“또는, 우리 고상한 인간들이 말하길: 적을수록 좋다.” 개랙이 긍정으로 끄덕였다.

“동의해요.” 줄리안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정말? 네가 그렇게 말한 건 처음 같아. 우리가 동의하는 주제를 찾기까지, 얼마나, 일 년 하고도 반 걸렸나?” 개랙이 쿡쿡댔다.

“조심해야겠네요, 습관이 되지 않으려면.” 미소짓던 줄리안이 마침내 활짝 웃었다.

“네가 말 안 하면 나도 비밀 지킬게.” 그 말은 개랙에게서 놀란 웃음소리를 이끌어냈다. 줄리안이 예기치 못한, 그리고 아마도 가장 가능성 높게, 인간적인 말을 했을 때 내곤 하는 소리였다.

그때 오도가 그들을 지나쳐 갔다. 증거물 상자를 든 보안관 대리 둘과 함께, 크게 항의하는 쿼크를 끌고.

“보안관님! 이건 정말 말도 안돼요! 난 이 사진들을 외설적이라고 한 당신의 의견에 강하게 반대해요. 그건 외설적인 게 아니라 예술이라고요!” 줄리안이 웃었고, 개랙은 잔에서 한 모금을 마시며 그저 고개를 저었다.

“쿼크가 왜 사진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어.”

“홀로스위트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보다는 눈에 덜 띄어서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개랙이 지적했다. “다만 쿼크에게 있어서 ‘신중하다’고 까지 말하는 건 망설여지네요.”

“정지 화상을 위한 시장이 그만큼 있다는 게 놀라워.” 줄리안이 생각에 잠겼다.

“그의 고객은 제가 인정하는 것보다 상상력이 있는지도 모르죠.” 개랙이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제시했다. “비록 사진은 마음에 그 나름의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림보다는 사실적이지만 영상보다는 불분명하고 조용하지요, 당연하게도요.”

“사진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오랜 표현이 있지.” 줄리안이 조심스레 언급했고, 무시의 콧방귀를 대가로 받았다.

“인간들만이 사진을 그토록 철저하게 몰이해하겠지요.”

“오? 찍은 뒤에 상을 바꾸지 않는 한, 실제 장면의 신뢰할 수 있는 복제를 만들잖아. 거기에 있는 것을 보여줄 뿐이야.”

“아니에요. 특정한 시점의 특정한 한 가지 관점을 제시하는 거죠. 당신은 상을 구성하고, 관찰자에게 보여줄 것을 선택하죠 ― 그리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도요. 친애하는 박사님, 사진기는 언제나 거짓말을 한답니다.” 줄리안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약하게 미소짓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대화는 잠시 잠잠해졌다. 개랙은 그들의 잔을 다시 채웠고, 살짝 애수 어린, 곤란한 찌푸림이 얼굴에 떠올랐다. 줄리안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표정은 곧 사라졌다. 해를 가로지르는 구름처럼.

“속옷 하니 말인데요,” 개랙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화를 시도하듯, 긍정적인 태도로 다시 웃으며.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했던 것이 떠오르네요, 박사님.”

“어… 정말?” 당황한 줄리안이 신중하게 물었다.

“네. 몇몇 손님의 요청이 있어서 여가 시간에 볼 수 있는 책자를 편집하고 있었어요. 물론, 자주 정거장 밖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죠. 제 고객층을 넓혀줄 거예요.”

“좋은 생각이네. 컴퓨터로 편집하는 데 도움이 필요해?”

“괜찮아요, 제게 필요한 건 남성 속옷 모델이에요.” 줄리안의 입이 떡 벌어졌다. 개랙은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너는 내가…?” 그가 마침내 대답했다.

“네, 박사님, 인간과 베이조인을 위한 상품 일부를 위해서요. 란제리 쪽은 쿼크의 다보걸을 고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제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 베이조인 남성 고객분들은 열성적이지 않더군요. 그리고 모온은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 했지만, 말하자면, 제가 찾는 모델이 아니라고 해 두죠.”

“내가 널 위해 속옷 모델을 해 주길 원한다고?” 줄리안이 의심에 가득 차 반복했다.

“네 박사님.” 약간 어리둥절한 채로, 개랙이 말해 주었다. “제가 뭔가 헷갈리는 말을 했나요?”

“난 못해!” 줄리안이 빠르게 쏟아냈다.

“도대체 왜요? 속옷을 입지 않으세요?”

“당연히 입지 ― ! 날 끌어들이려는 거지, 안 그래?” 그가 비난했다.

“별난 말이군요, 그리고 전 완벽하게 진지해요. 사람들이 당신을 알아보는 것이 걱정이라면,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하거나 그림자로 가릴게요. 어차피 사람들이 봐야 하는 건 그게 아니니까요. 매혹적이긴 하지만. 당연히,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가지셔도 돼요. 물론 책자에 넣기 전에 모든 사진을 검토할 수도 있고요.”

“그래, 그렇다면야.” 줄리안이 천천히 말했다. “사진기는 늘 거짓말을 하니까. 그리고 이건 어때?” 줄리안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 개랙에게 비난의 포크를 돌렸다. “쿼크는 도발적인 사진을 갖고 있다고 체포당하는데 너는 널 위해 반라로 자세를 취하는 다보걸들을 본다고?”

“친애하는 박사님, 그건 음란물이라 하기 어렵지요. 그걸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네요.”

“아니, 넌 그렇게 생각 안 해.” 다시 찌르는 포크. “그리고 그걸 예술이라 하기도 어려워.” 개랙은 화난 척을 했지만 그럼에도 미소지었다.

 

믿을 수 없게도, 줄리안은 무엇을 입을지 한 시간 넘게 고민했다 ― 옷을 벗으러 가면서! 더욱 믿을 수 없는 건, 그가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쎄, 그는 그가 한 말을 취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 애초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정거장의 절반이 그의 반쯤 가려진 샅을 보게 될 거라는 가능성은 제쳐놓더라도, 완벽한 굴욕과 부끄러움 속에서 모델 작업을 끝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가 느끼는 것을 느끼지 않으면서, 그가 원하는 것을 원하면서. 내 말은, 제발, 개랙은 금방 그런 것을 선정적으로 느낀다고 고백했고 ― 그가 와서 ‘모델’을 서 달라고 초대했다. 어쩌면, 이 모든 모델 일이 전부 핑계일지도 몰랐다. 그는, 개랙을 아니까, 그게 정말 그런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23:30이었다 ― 움직이기 시작해야 했다. 이미 도착했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개랙이 사진 촬영을 그의 선실이나 (신이시여!) 자신의 선실 (마찬가지다) 대신 가게에서 하자고 제안한 것에는 안심했지만 최대한 늦은 시각을 고집했다. 그는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슴 안에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어두워진 프로므나드를 서둘러 건넜다. 그가 재단사의 가게 앞에서 부리나케 멈춰섰다. 가게는 어두웠다. 그는 그가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그는 축축한 손바닥을 바지 옆에 문질러 닦고 머리를 뒤로 넘기며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잣지아는 절대, 영영, 이 일을 몰라야 했다. 그가 초인종을 눌렀고 문이 조도 낮은 온기를 향해 열렸다.

“아, 박사님.” 그가 신중히 들어서는 동안 개랙이 활기차게 맞이했다. 만약 이게 핑계였다면 아주 철저한 것이라는 사실이 즉시 분명해졌다. 개랙은 섬세한 배열로 조명을 설치해 두었고 복잡하고 다소 구식인 사진기가 삼각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개랙이 세심하게 제안했다. “괜찮은 카나아를 따 두었는데, 만약 조금 덜 독한 걸 원하신다면…” 줄리안은 목을 가다듬어야 했다.

“카나아면 돼. 고마워.”

“아주 좋아요. 술을 가져오는 동안 당신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걸 고르지 않으시겠어요?”

“그래.” 그는 탈의실 앞의 무겁고 짙은 붉은색 커튼을 걷었고 의자 위에 속옷들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다. 정말로 꽤나 괜찮아 보이는 속옷들이었다.

그는 결국 개랙이 완벽히 진지했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넘게 지난 뒤 줄리안은 텅 빈 프로므나드로 비틀거리며 나왔다. 뭔가 멍한 기분을 느끼며, 얼얼한 피부, 진짜 술로 약하게 웅웅대는 머리와 함께. 그는 문의 비밀번호를 더듬거렸고, 옷을 벗어던진 다음 다 벗은 채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정말로 개랙이 조금이라도 그런 쪽으로 행동하거나, 어떤 징표를 주거나, 무언가 하리라고 생각했다. 대신 그는 라이자 비단부터 안도리아 양모까지, 사각 팬티부터 브리프에서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것까지 오갔다. 그러는 내내 개랙은 잽싸게 움직이며 가벼운 접촉으로 그를 이쪽저쪽으로 돌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며 격려했다. 눈빛은 강렬하고 곧았다. 감탄하며, 그는 대기가 이온 폭풍처럼 짜릿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의 손길은 냉정하고 순간적이며, 머무르는 법이 없었다. 어조는 완전히 전문적이었고 계산적인 시선은 순수하게 미적인, 예술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절박한 마음으로, 줄리안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데 대한 아주 부끄러운 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조용히 벌칸 명상에 의존해야 했다.

그건 아마 멋진 사진이 될 거야. 줄리안이 약간 씁쓸하게 생각했다. 개랙의 취미거나, 과거 언젠가의 취미였던 것이 명백했다. 그들은 사진을 검토하지 않았다; 그는 피곤했고 도망치려고 애쓰고 있었다. 개랙은 후하게 감사를 표했고 다음 날 저녁에 사진을 가져다주기로 약속했다.

“잣지아는 절대, 영영, 내가 개랙을 위해 속옷 모델을 해 주었다는 걸 알아내면 안 돼.” 그가 어둠 속에서 천장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건 내 인생 통틀어 가장 각별히 성적이고,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어.”

 

약속한 사진은 다음 날 저녁에 도착했다. 오도가 수상쩍게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은 무해한 포장이었다. 줄리안은 의무실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럴 기분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열어 보았다. 개랙은 사진을 인쇄해서 보내 주었고 개수는 기억보다 많은 것 같았다.

그는 차를 한 주전자 끓여 침대에 앉은 뒤 느긋하게 하나씩 꺼내서 힐끗 쳐다보고 침대 위에 떨어뜨렸다. 개랙의 말대로 그것들은 전부 가까운 초점으로 찍혀 인물의 특색이 없었으며 심미안이 있는 의상을 입은, 확실히 꽤 잘 찍힌 사진들이었다. 그의 하반신은 적절하고 매력적인 옷에 감싸여 있었다. 조금도 자극적이지 않았고, 아마 그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슴보다 위쪽을 보여주는 사진은 없었으므로. 그는 마지막에 찍었던 사진을 잠시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채로 차를 홀짝였다. 그는 개랙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중이었다. 어쨌든 그는 개랙이 그의 전신이 담긴 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자 이중 바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콜릿 상자처럼 두 번째 층이라 묘사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알아보기 쉬운 이중 바닥이었다. 그는 종이를 들어 올려 안쪽을 보았고, 은색 종이에 감싸인 가벼운 꾸러미를 찾았다. 궁금해진 그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열었고 최상급의 톨리안 비단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창작물을 발견하자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암청색과 보라색이 섞여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비단이었다. ‘속옷’이라는 말은 그것을 표현하기에 부족했다. 지난밤에 그것을 입어본 기억은 없었지만 반대의 사진 증거가 있었고 그는 그것이 몸에 완벽하게 맞을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속옷을 열어젖히자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또 다른 사진이었다.

속옷을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치워 놓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과연 그의 사진이었다. 옷을 전부 갖춰 입고 탈의실의 커튼을 살짝 젖히며, 몰래 옆을 훔쳐보면서 손은 이미 셔츠의 단추에 가 있는 그의 전신. 그는 개랙이 사진기의 설정을 조절하면서 찍었을 거라고 추측했으나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전혀 달랐다. 그건 밀회를 준비하는 젊은 남자의 초상으로, 그는 커튼을 걷어 연인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자유롭고 비밀스럽게, 상기된 얼굴과 환한 눈동자에 음탕함의 약속이 서린 채로, 어떤 금지되고 훔친 시간에 막 빠져드는 참이었다. 사진기는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 또는, 인간의 다른 구절대로: 모든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다.

“영리한데, 개랙.”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결국 그 카다시아인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지만, 줄리안은 그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사진의 뒷면에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를 비웃는 어떤 말이나 그 속옷이 감사를 표하는 선물이라는 언급도. 그래서 그는 그것이 감사의 표시가 전혀 아니고, 완전히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는 적히지 않은 문구가 밀회로의 초대, 또는 말하지 않은 요청 ― 나를 위해 입어줘요 ― 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신음하며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가 여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 그렇지만, 하지만. 그는 누구 못지않게 개랙이 어떤지 알았다; 그의 도박과 속임수에 대한 기호를 알았다. 그의 조심성에 대해서도 알았다: 개랙은 그들의 우정을 망가뜨릴 위험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 이득이 된다는 확신이 없을 때까지 그의 욕망을 드러낼 생각도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여기 있었다. 서로의 뜻 주변을 돌면서 절대 핵심에 도달하지 못하며.

나를 위해 입어줘요. 전율이 그를 꿰뚫었다.

그는 개랙의 컴퓨터에 ‘사진을 검토’할 수 있도록 밤늦게 와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주 늦게.

 

그가 정한 시각은 00:30이었다. 아주 늦었다. 그는 모든 불을 끄고 방의 중앙에 섰다. 그의 숨소리를 제외하고 어떤 움직임이나 소리도 없었다. 속옷을 빼고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피부에 닿은 비단은 시원했다; 그 비단은 개랙의 손가락이 거미처럼 자아낸 아름다운 것이었다. 닿았다. 그에게 주어졌다. 사진기의 렌즈 안에서 어루만져졌다. 공기 조절기의 가장 약한 바람이 그 손가락의 환영처럼 예민한 살을 간지럽혔다. 어둠에 적응한 눈에 방의 윤곽은 부드럽지만 선명했고 회색조였다. 그의 의식이 고요하고 어두운 복도로 확장되어 그 공백을 채우는 것 같았다. 늘어뜨린 손가락이 살짝 움찔거렸다.

복도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고 귀는 칸막이와 벽을 넘어서기 위해 긴장했다. 거기. 다시. 듀리듐 바닥에 에나멜 가죽 신이 살짝 끌리는 소리. 그의 전신이 떨렸다. 보다 뚜렷해진, 밖에서 접근하는 신중한 발소리; 부드럽게 움직이는 법을 알고 있는 강인한 몸의 가볍지만 뚜렷한 걸음. 그가 오고 있었고, 조금 뒤에 그는 보고 싶어 할 것이다 ―

문 밖에서 멈춘 발소리. 팔을 들 때 접히는 두꺼운 모직 소매의 미약한 부스럭거림과 초인종의 솟아오른 금속을 누르는 단단한 손끝.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숨이 가빠지고 흥분에 맞춰 비단이 팽팽해졌다. 잠시 멈춤, 그리고 신속하고 능숙하게 잠금을 해제하는, 빠르게 숫자판을 누르는 소리. 문이 휙 열리며 복도의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그를 떨게 했다. 개랙이 발을 들였다. 암회색 튜닉의 가장 단순한 흑연 빛깔 윤곽으로, 매끈하게 딱 맞는; 그림자와 각으로만 잘린 옷을 입고. 한쪽 어깨에 걸쳐진 사진기는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빛났다. 그는 줄리안의 정면에 서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는 그가 발산하는 열을 느낄 수 있었다. 개랙의 입이 희미하게 이를 드러내는 엷은 미소로 뒤틀렸고 눈길은 아래로 휙 내려갔다. 아래로 쭉, 한번에, 그리고 정제된 태도로 훑고 올라와 그의 동그랗게 뜬 눈과 다시 마주했다. 시선은 타는 듯한 열기의 자국을 남겼다.

“당신에게 어울려요.” 풍부한, 그르륵거리는 목소리로. 줄리안은 기다리지 않았다 ― 기다릴 수 없었다 ― 그리고 앞으로 뛰쳐나가 넓은 어깨를 움켜잡고 절박한 키스로 끌어당겼다. 개랙은 염소 가죽 장갑의 손끝을 그의 가슴에 똑바로 받치고 손 하나만큼 거리를 둔 채로 손가락을 펼치며 천천히 연결을 깊게 했다. 손가락이 단단한 만큼 혀는 가볍게 닿았다. 다른 손으로, 그는 드러난 옆구리를 따라 떨리는 손길을 내렸다. 줄리안은 그의 입으로 얕은 신음을 뱉었다. 그러자 강한 팔이 그를 완전히 감싸 안았고, 키스는 더욱 깊어졌으며, 손은 밀려나고 그의 앞쪽은 희미하게 따끔거리고 간질이는 양모에 눌렸다. 끈질긴 가죽천이 어깨와 옆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금속 단추와 걸쇠가 튀어나와 부드러운 살을 단단히 눌렀다. 개랙은 그의 등을 가로질러 쓸고 비단의 끄트머리를 지나 잠시 파고든 다음 다시 위로 올라와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줄리안이 그 손을 살며시 잡았고 개랙은 즉시 멈추었다. 그는 의아한 눈빛으로 제 2의 피부처럼 장갑을 벗겨냈다.

“따뜻한 손을 준비하고 싶었어요.” 카다시아인이 중얼거렸고 줄리안은 미소지었다. 그는 손을 뒤집어 조심스레 잡고 양 손바닥에 키스했다.

“난 피부를 원해.” 그가 대담하게 말하고 개랙을 다시 입맞춤으로 끌어당기며 목깃의 여밈을 더듬거렸다. 묵직하고 차가운 덩어리가 엉덩이에 부딪혔고 그가 화들짝 놀랐다: 개랙은 어깨에서 사진기 줄을 내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필요 없을 거예요.” 그가 단호히 선언했다. 그리고 개랙은 그를 도와 허리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참을성 없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잡아당기고 그답지 않은 성급함으로 죔쇠를 끌렀다.

“개랙! 속옷을 안 입고 있잖아!” 그가 소리쳤다.

“정할 수가 없었어요.” 재단사가 시인했다. “당신 때문에 직업을 잃겠어요.”

“사진사를 해.” 줄리안이 주의를 잃은 상태로 대답하고는 무릎을 꿇었다. 뻣뻣한 바지를 열어 슬쩍 집어넣은 손가락은 목적지에 도달해 카다시아인의 날카로운 쉿 소리로 보답받았다. 언젠가는 불을 켜고 해야겠어, 그가 산만하게 생각했으나 감히 지금 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순간을 망칠 것이므로. 그는 실험적으로 문질렀고 개랙이 그를 저지하지 않자 고개를 숙여 끝에 혀를 대었다. 감질나게 깊은 향이 그의 것을 얇은 비단 감옥에서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깨의 강경한 손길은 그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었다. 손이 잠시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침대로,” 묻기 전에 개랙이 먼저 말하고 침대 쪽으로 움직였다. 줄리안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반쯤 벗겨진 튜닉을 손에 가득 움켜쥔 채 그를 다시 끌어당겼다.

“너도 옷을 벗어야 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흥분한 자의 투지로 임무를 계속하며, 그는 대화에서 여러 겹의 의미를 벗겨내는 것처럼 겹겹이 싸인 옷을 벗겼다. 그러는 내내 개랙은 난감하게도 맞닿은 입술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줄리안의 브리프를 무관심한 손목의 움직임으로 홱 젖히고 그를 움켜쥐었으며 의사는 가슴에서 우러나온 신음을 내었다.

“비단은 당신에게 충분하지 않아요. 더 좋은 걸 찾아야겠어,” 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마침내 자유로워진 손으로 줄리안은 개랙의 무늬 있는 피부가 흥분할수록 열감이 오르고 토피처럼 부드러워지며 샤모아 가죽처럼 감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차가운 시트가 그의 등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가 잠시 얼어붙었다. 거부감이 마음의 앞쪽으로 밀고 나왔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남자와? 카다시아인은 묵직하고 어두운 존재감으로 그를 덮었고 그를 불타는 듯이 흥분시켰다. 낯선 맛의 혀는 입 안에서 은근한 애무를 하며 맞닿아 있었다. 그는 침대 옆의 전등을 향해 손을 뻗었고 즉시 더 큰 손에 의해 붙잡혀 제지되었다. 그는 우둘투둘한 흉부를 밀었다; 개랙은 잠시 그와 눈을 마주쳤고 그 시선은, 어둠 속에서조차, 이것은 그가 양보하여 허락한 행동이라는 듯이 ― 그가 빛을 빼앗았으므로 ―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강력한 몸은 잘 길들여진 말의 여유와 복종으로 굴러 줄리안을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조금 더 쉽게 숨을 쉬고 조금 덜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개랙은 마침내 부어오른 입술을 떼었지만 그건 줄리안의 몸 다른 부분에도 관심을 돌리기 위함이었다. 장난스럽게 깨물고 입을 대며, 그게 일으키는 반응을 발견하자 상아색 치아 사이에 곤두선 유두를 넣고 굴렸다. 본능적으로 줄리안은 개랙의 목을 좀 더 세게 물었고 들어 본 적 없는 부드러운 욕설을 들었다. 확실히 개랙에게서는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대담해진 그는 양각 무늬가 새겨진 몸통의 굽이치는 굴곡을 쓸고 손가락을 따라 혀를 대었다. 그가 볼 수 없는 것을 촉각으로 기억하며, 추궁하는 손을 보내어 끈질긴 습기의 근원을 쫓았고, 마침내 찾아내어 표적을 다시 붙들었다. 개랙은 예상치 못한 유연함으로 그의 손 안으로 휘었고 또다시 매끄러운 어조로 욕하며 달궈진 시트에 부딪혀 떨어졌다. 미소를 삼키며 그는 대리석처럼 미끈한 귀두를 가로질러 핥고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받아들였다. 개랙은 숨 막히는 소리만을 냈고, 이제 뜨거워진 그의 손은 살짝 떨며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기 위해 올라왔다. 그가 일부러 자신의 손을 위로 올리자 개랙은 바로 이해하여 손가락을 그 재치 있는 입에 넣고 그의 행동에 맞춰 빨았다. 개랙의 성기는 입천장을 긁으며 혀만큼이나 능숙하게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러나 더욱 강하고, 맹목적이고, 본능적인 리듬으로 줄리안이 스스로 템포를 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다시 아래쪽으로 숙여 손가락으로 떨리는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곳은 연인의 몸에서 유일하게 부드러운 곳인 것 같았다. 그는 점점 뜨거워지는 열의 근원을 찾아 들어갔고, 근육이 부드러운 매트리스처럼 그를 받아들였다.

윤활제가 필요했다, 뒤늦게 깨달은 순간 리듬이 끊겼다. 그리고 개랙이 그걸 허용할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개랙을 가졌음을 알아야 했다, 가능한 만큼 최대한, 왜냐하면… 주의가 산란해진 그가 잠시 떨어져 침대 옆의 서랍으로 더듬거리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개랙은 그의 손목을 잡고 원 위치로 되돌려 놓았다. 그가 절박하게 눈을 맞추었다. 개랙의 손아귀는 여전히 그의 팔을 단단하게 쥐고 있었고 그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음을, 허락받지 않는 이상 그 힘을 뒤엎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전부 내게 줘,” 그가 헐떡였다. 개랙은 다 아는 듯이, 슬프게, 의기양양하게 미소지었다. 그가 줄리안의 손을 다시 샅으로 가져왔다.

“나를 써요,” 부드럽고 모호한 으르렁거림, “원한다면요.” 그 이상의 격려는 필요치 않았다. 그는 카다시아인을 부여잡고 절박하게 쓸었다. 날카롭게 숨을 들이쉬며 개랙의 엉덩이가 다시 들렸고, 단지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는 듯이 아래에 깔린 몸이 떨리고 요동치며 그의 손 안에 뜨겁고 진한 액체를 가득 채웠다. 스스로의 욕구에 이끌려 그는 자신의 뜨거운 살에 액체를 바르고 미끄러운 손가락을 마약같은 열기로 다시 집어넣어 끈질기게 길을 열었다. 개랙은 다시 옆으로 몸을 돌려 인간의 땀으로 미끄러워진 다리를 들었다. 욕을 뱉으며, 줄리안은 할 수 있는 만큼 깊이 집어넣어 퍼즐조각처럼 딱 맞게 만들었다; 손은 깍지를 껴 잡았다. 그는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절박하게 신음했다. 감각이 그를 압도했다. 열 올라 부드러워진 피부에 얼굴을 누르고 목의 돌기에 이를 박아넣어 혀로는 건조한 금속성의 맛을 느꼈다. 비강에 차오르는 향, 귓가에 닿는 깃털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눈을 따갑게 하는 땀, 그리고 열기, 열기가 그를 감싸안았다 ― 그는 들어간 허리를 꽉 쥐고 계속 강해지는 힘으로 찔러넣었다. 계속, 계속. 이성적인 생각의 마지막 흔적으로 그는 개랙의 여전히 단단한 성기를 쥐고 함께 움직였다. 카다시아인은 인간의 무자비한 속도에 거의 완벽하게 복종했다. 그것이 그를 한계 넘어 빙빙 돌며 떨어지게 만들었고, 그는 스스로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지르며 천천히 터져나왔다. 불에 씨를 뿌리며, 개랙의 절정 또한 촉발하면서.

근육이 물렁하게 풀린 그가 억센 어깨에 쓰러졌다. 그 밑의 개랙은 단단해서 숨을 고르는 동안 쉽게 그를 받쳐 주었다. 연결된 몸 사이로 개랙의 맥박이 강하게 뛰어 그 자신의 심장 박동은 일시적으로 묻혀 사라졌다.

“넌 보기보다 부드럽네.” 잠시 뒤 그가 별 생각 없이 중얼거렸다. 숨을 고르고 나자 뒤늦게 모욕으로 들렸을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으나 개랙은 그저 쿡쿡 웃었다. 그는 조형된 턱선을 몇 번 깨문 다음 개랙이 당황한 날숨을 뱉는 동안 몸을 빼내어 등을 대고 누웠다. 조금 닦아야 할 것 같아,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개랙은, 예측 가능하게도, 그를 다시 잡아서 옆으로 끌어당기며 다정하게 타일렀다:

“생각도 하지 말아요, 그리고 난 완전히 괜찮아요, 당신이 의사 모드로 들어가기 전에 말해 둘게요.” 줄리안은 개랙이 평소와 같이 농을 할 거라 예상하며 웃었지만 그는 조용했다. 얼마 뒤, 그는 어쩌면 개랙은 그저 만족하면 조용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그 스스로도 고요를 깨고 싶지 않았다.

 

줄리안에겐 놀랍게도, 개랙은 비교적 빠르게 잠들었다. 그리고 그는 긴장이 풀리고 피곤한 채로 누워 있었다. 왠지 아직 졸리지는 않은 채로, 마음은 깨어 있으나 흐리멍덩하게, 잠의 가장자리에서 한 생각과 다른 생각 사이를 오갔다. 너무 더워서일지도 모른다. 방은 그가 평소 지내던 것보다 따뜻했고 열기와 어둠은 거의 숨이 막힐 정도였다. 방 전체가 이불에 덮인 것처럼.

그는 눈을 떴다. 개랙은 그의 방 안에서 다르게 보였다;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바시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나체로 그의 침대에 누워 있었으니. 스스로의 생각에 즐거워진 그가 부드러운 ‘허!’ 소리를 냈고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러나 얼마 뒤, 반쯤 잠든 상태의 기묘한 혼란 속에서 그는 어쩌면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의 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어둠에 적응한 완벽한 시력으로도 볼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무정형의 그러나 익숙한 형태들, 별빛이 비친 거울의 엷은 색부터 그들이 바닥으로 떨군 누비이불 그림자의 암청색 웅덩이까지. 그는 갑자기 개랙이 추울 수도 있겠다는 것을 떠올려 이불을 주우려고 몸을 숙였고 움직이지 않는 형태 위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어쩐지 그는 개랙이 항상 주변에 주의를 기울여, 잠들었을 때조차 미세한 소리와 움직임에 반응할 것을, 아주 작은 위협의 흉내에도 즉시 일어날 것을 상상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나 그는 푹 잠들어 있었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명백한 결론은 보이는 것이 전부고, 평화로운 수면은 전부 연기라는 것이었다. 또는 개랙이 그와 함께 있을 때는 긴장을 풀 만큼 편안했거나. 여기서 이어지는 결론은 신뢰였고, 그는 그 생각에서 수줍게 물러났다. 확실히 그는 개랙이 이토록 조용한 것을 보지 못했고 그 사실은 또다시 한 조각의 즐거움을 일으켰다.

그가 어쩌다 이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믿기 힘들었다. 겨우 이틀 전 그들은 순수한 유머로 쿼크의 고생에 대해 웃고 농담했다. 그러다 그는 개랙을 위한 모델이 되었고, 그건 순수한 익살극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젠 이거라니? 뜻밖의 반전? 이야기의 결말? 차갑고 인공적인 일광이 밤의 모든 것을 믿을 수 없게 연출하여 드러내면 동전의 양면처럼 희극에서 비극으로 변하는, 아침이면 사라지는 동화? 개랙이 전등을 켜지 못하게 한 데는 한 가지 이상의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충동을 깨운 것처럼 다시 한 번 그의 손이 전등을 향했다. 전등을 가장 낮은 밝기로 켜자 혼돈스럽게 어질러진 방보다 불길한 것은 드러나지 않았다. 옷은 여전히 바닥에 엉망으로 떨어져 있었고 개랙은 여전히 그의 침대에, 단단하고 현실적으로 누워 있었다. 그것은 여전히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어떤 주장을 묘사하기 위해 선택한 순간인 것처럼. 그것이 진실일 필요는 없었으나… 그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시 전등을 끄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 다른 방에 있는 사진기의 렌즈에 비친 희미한 빛이 시선을 붙잡았고 그는 멈추어 얼굴을 찌푸렸다. 개랙은 왜 사진기를 가져왔을까? 줄리안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서로의 주위를 맴돌던 모든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개랙이 문의 반대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어쨌든 그는 그 상황을 위해 차려입었던 것이다. 아니, 이 모든 것은, 그러니까, 함정처럼 조잡한 것이 아니라 개랙의 복잡하고 작은 게임임이 확실했다. 그가 사진기를 가져온 것은 의도적이었다.

잠이 깨어, 그리고 호기심이 들어, 그는 침대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와 사진기를 가지러 갔다. 시험적으로 몇 번 버튼을 누르고 나서 그는 메뉴 창을 열었고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작은 짓궂음이 그를 스쳤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개랙을 흘긋 보았으나 카다시아인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는 거실의 책상으로 살금살금 걸어가 그것을 컴퓨터에 연결했다. 화면에 사진을 띄우자 부드러운 차르륵 소리가 났다. 잠겨있지조차 않았다. 개랙만큼 편집증적인, 또는 적어도 비밀스러운 사람이? 그는 믿지 않았다.

첫 번째 사진은 비어 있고 조도가 낮은 개랙의 방이었다. 그는 개랙이 연습용으로 찍은 사진을 실수로 지우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런 실수는 개랙답지 않았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태로 나머지 사진을 훑어보았다. 줄줄이 이어진 빈 방들, 빈 공간들. 사람이 떠난 정거장의 일부분; 정확히 어디인지, 그는 감도 잡지 못했다. 빈 셔틀 베이. 폐점 이후 쿼크의 바. 아무 프로그램도 재생되고 있지 않은 홀로스위트; 그러나 대부분은 거주용 선실이었다. 몇몇은 이미 비어 있었고, 몇몇은 ― 확신은 없었지만 ―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또는 그런 것처럼 꾸며졌거나.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고 그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개랙은 이런 짓을 하면 안 됐다.

빈 방들, 그러나… 그는 다시 되짚어 보았고 각각의 사진에서 버려진, 잊힌, 놓인 옷을 발견했다. 침실 문 뒤에 걸린 코트. 소파 팔걸이에 무심하게 얹힌 스웨터. 욕실 바닥의 구겨지고 형체 없는 무언가. 식탁 아래의 신발 한 켤레. 보다 비현실적인, 텅 빈 프로므나드의 2층; 통로 난간에 다소 불길하게 늘어진, 교수형 올가미 같은 가죽 허리띠. 그들이 평소 앉는 레플리매트의 식탁, 그리고 그의 자리에 놓인 장갑. 한 짝만. 그는 맨 앞의 사진으로 돌아갔다. 개랙의 침실, 나머지처럼 비었지만 옷은 없었다. 그것을 알아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한 번 발견하자 이전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놀라웠다. 화장대 거울에 비친 것은 사진사; 개랙의 반영이었다. 렌즈의 화상을 만지작거리는. 전라로. 그는 들여다보았고, 그의 침대에 누운 것과 다른 나신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어떻게 그러한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오랫동안 사진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지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대답을 주어야만 했다.

그는 재빨리 화장실로 가 가볍게 씻고 깨끗한 옷을 걸친 다음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개랙의 선실에 침입하기 위해 의료실장의 권한을 오용할 셈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게임에 어울리고 개랙이 말하지 않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기꺼이 그만큼 할 의지가 있었다. 그건 자신의 불안에도 꽤 괜찮은 대답이었다.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게 그렇게 두렵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임무를 완수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그는 몇 분 만에 그의 ― 실은 꽤 시원한 ― 방의 이불 밑으로 다시 미끄러져 들어왔다. 개랙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얼굴에 살짝 키스하자 졸린 듯이 굴러 그를 향해 팔을 뻗었다. 보이는 만큼 곤히 잠든 건 아니구나, 그는 조금 실망스럽게 생각했다. 벌써 눈이 감기기 시작했고 줄리안은 따스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정말로 지독하게 피곤했다.

“거기서 자면 얼굴에 아주 흥미로운 자국이 남을 걸요.” 개랙이 중얼거렸다.

“신경 안 써.” 그는 연인의 미소를 보았다기보다는 느끼고 몰래 미소를 지었다. 내일, 개랙은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방어적인 태도로 아침 식탁에서 농담을 하며.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꽤 있었다. 자신의 선실로 살금살금 돌아가 가능한 모든 창피나 거절을 회피하면서. 거기서 그는 침대 옆에 단정히 놓인 줄리안의 신발 한 쌍을 발견할 것이다. 마치 원래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그러면, 줄리안은 알았다, 개랙은 돌아올 것이고, 그는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