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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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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s:
Additional Tags:
Language:
한국어
Stats:
Published:
2020-03-02
Completed:
2020-06-23
Words:
5,018
Chapters:
2/2
Kudos:
1
Hits:
58

데드풀의 리얼 판타지

Summary:

데드풀이 주절거리는 섹스 판타지를 들으면서 괴로워하는 스파이디.
그런데 그게 사실은 경험담이란 걸 알게 돼서 멘붕하는 게 보고 싶어서 적었습니다.

Notes:

(포스타입 작성글 재업)

Chapter 1: 촉수를 화나게 하지 마세요

Notes:

읽고 싶은 것만 읽는 마블 코믹스 알못이라 틀린 설정 많을 수 있습니다.
*야망가급 노개연성 전개, 오리지널 캐릭터 등장.
*촉수, 산란, 피스트퍽 소재 사용.

Chapter Text

 “흠. 여기 오니까 생각났는데, 웹스, 촉수 플레이라고 알아?”

 “알고 싶지 않아.”

 “의외로 역사가 깊은 장르인데 말이야. 중세시대에…….”

 “알고 싶지 않다고.”

 여느 때처럼 쓸데없고 정신건강에 해롭기만 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는 데드풀 때문에 스파이더맨의 미간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애당초 왜 또 이 녀석이랑 같이 행동해야 하는 건데. 스파이더맨은 큰 소리로 한숨을 내쉬면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

 상황의 발단은 이러했다.

 뉴욕에 정체모를 괴생물이 출현해 도시에 피해를 입혔고, 어벤져스가 나서서 처리를 해보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 나타나곤 했다. 괴생물이 남긴 잔해 때문일 것으로 판단한 어벤져스는 가능한 한 모든 잔해를 수거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는지 간헐적으로 괴물이 다시 나타나 시민들을 위협하곤 하는 것이었다.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괴물이 나타나자마자 쓰러뜨림으로써 도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괴생물을 완벽하게 없애기 위해서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스며있을 잔해를 없앨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브루스 배너 박사와 토니 스타크는 잔해의 성분 분석에 몰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괴생물이 다른 차원에서 소환된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소환자였던 풋내기 마법사를 찾아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그 마법사에게 괴생물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도록 시켜 문제를 해결했겠지만, 난리통에 마법사가 죽어버렸고 소환에 사용했던(그리고 다시 돌려보내는 데에 필요한) 물건들은 전부 불에 타 버렸다. 결국 기댈 것은 스트레인지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정보, 그리고 배너와 스타크가 괴물의 잔해로부터 알아낸 성분 정보뿐이었다. 어쨌든 그 정보들로 대충 해결책은 찾아냈다. 용해제를 만들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다만 용해제 제작에 마법적인 부분도 관여하는 만큼 재료를 구하는 방법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다른 차원에만 존재하는 물질들을 얻어야 했기에, 어벤져스를 비롯한 여러 히어로들이 차출되어 RPG 게임의 퀘스트를 깨듯 재료를 구하러 다른 세계로 떠나게 되었다.

 혼자 가기엔 위험하다는 판단에 2인 1조로 팀을 짜는 것이 결정되었다. 여기저기 찝적대는 데드풀을 무시하며(“쟨 누가 부른 거야?” “로저스 아니야?” “난 안 불렀어. 어디서 듣고 찾아온 거겠지. 하아.” 등의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히어로들은 각자 팀을 꾸려 떠나기 시작했고, 결국 장소에 조금 늦게 나타난 스파이더맨이 데드풀과 팀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렇게 또 팀업하게 되는 것을 보니 천생연분이 틀림없다며 달라붙는 데드풀을 떼어놓으며, 팀을 지명한 캡틴 아메리카를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물론 소용없었다. 마침 잘 됐다는 듯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차원이동기를 작동시키는 캡틴의 그 얄미운 얼굴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으랴.

 어쨌든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 스파이더맨이 데드풀과 함께 늪지대를 걷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와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최선책은 빨리 재료를 구해서 연구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스파이더맨은 최대한 데드풀에게서 관심을 끄고 주변을 둘러보며 정보가 될 만한 것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빨판이 달린 것들은 피부에 주는 압력이 달라. 특히 그게 젖꼭지를 빨아들이면 꼭 엄마가 된 기분…….”

 하지만 촉수의 종류부터 각 촉수가 주는 느낌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음담패설이 계속 이어지자 집중력은 다시 흐트러졌다. 망할 놈의 섹스 판타지는 일기장에다가 쓰라고! 결국 참지 못하고 거미줄을 쏘아 시끄러운 입을 막아버렸다.

 “제발 좀 닥쳐, 웨이드. 우린 놀러 온 게 아니야.”

 데드풀은 읍읍 거리면서 얼굴에 붙은 거미줄을 떼어내려고 팔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곧 허사로 끝났다. 얼마나 질긴지 전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 업그레이드한 거야? 근데 이거 어쩌지. 숨 막히는데! 항의하려 했으나 말소리가 되지 못한 문장들은 그저 소음에 불과할 뿐이었다. 공기를 제대로 뱉을 수조차 없으니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산소부족으로 휘청거리자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스파이더맨이 콧구멍 부분의 거미줄은 떼어내 주었다.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된 데드풀은 얌전히 스파이더맨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조용하게 주위를 관찰할 수 있게 되자, 그제야 스파이더맨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스파이더맨과 데드풀이 찾아야 할 것은 이 세계의 늪지대에 사는 강장동물의 알이었다. 여느 늪지대와는 다르게 사방이 탁한 초록빛이 아닌 보랏빛을 띠고 있어 기묘한 느낌이 배로 느껴졌다. 형광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벌레들이 소름끼치기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모습도 간혹 보였다. 다행인 점은 그 벌레들이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게임이었다면 이런 몹들을 상대하며 레벨업이라도 했겠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체력만 소모할 뿐이다.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 새 늪지대 중앙에 당도했다. 넓게 펼쳐진 늪의 표면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넋을 잃고 풍경을 바라보던 스파이더맨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데드풀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에 우리가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난 이쪽부터 찾아볼 테니까 넌 저쪽으로 둘러봐.”

 데드풀은 고개를 끄덕이고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스파이더맨은 고개를 돌리고 바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또 데드풀이었다. 집중을 좀 해보려고 하니 또 방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덩치도 큰 게 온몸을 요란하게 휘적대는 것이 시야를 방해했다.

 “아, 좀. 얌전하게 찾으면 안 돼?”

 짜증을 내며 고개를 데드풀 쪽으로 홱 돌리는 찰나, 스파이더맨의 시계에 잡힌 것은 두터운 무언가에 의해 늪 한가운데로 잡아채져 가는 데드풀이었다.

 “데드풀!”

놀라 거미줄을 날려보았지만 데드풀의 몸을 붙잡은 물체 표면이 미끄러워 소용이 없었다. 자세히 보니 점액질 같은 것이 표면을 덮고 있었다.

 데드풀을 붙잡고 있는 것은 거대한 강장동물의 팔이었다. 방금 전까지 찾고 있던 물건의 주인이 바로 나타나 버린 것이다. 되도록 늪바닥 어딘가에 굴러다닐 알들 몇 개만 조용히 주워 돌아갈 예정이었던 계획이 무너졌다.

 생각보다 강장동물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꼭 말미잘과 문어를 합쳐놓은 것처럼 생긴 것이 크기는 10층짜리 건물만 했다. 촉수 팔을 비롯해 온 몸에서 점액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늪의 물과 진흙도 함께 묻어있어 괴기스러움을 더했다. 이런 걸 말미잘 따위에나 붙이는 강장동물이라는 명칭으로 퉁 치면 안 될 것 같았다. 가히 촉수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데드풀을 촉수 괴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스파이더맨은 방향을 바꾸어 몇 번 더 거미줄을 쏘아 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만족할만한 결과는 없었다. 게다가 촉수 괴물은 스파이더맨이 무엇을 하든 관심이 없어 보였다. 괴물의 관심은 오로지 데드풀에게 집중되어있는 것 같았다.

 팔에서 흘러나오는 점액질이 산성인지, 데드풀의 입을 막고 있던 거미줄을 녹여버려 드디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 너 아멜리아구나!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태연하게 괴물에게 인사를 건내는 데드풀의 행동에 스파이더맨은 어이가 없어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름을 불렀어? 아는 사이라는 건가? 저 촉수 괴물이랑?

 아멜리아라 불린 촉수는 마치 화가 난 것 같았다. 데드풀의 몸을 세게 쥐고 위아래로 강하게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어윽, 어지러워……. 그만 해……. 미안해. 그때 널 그렇게 두고 떠나는 게 아니었는데! 우리 다시 잘해볼 순 없을까?”

 데드풀이 화난 촉수 괴물을 달래려고 하고 있었다. 대개 이런 경우 실패하기 마련이지만…… 혹시 모른다. 촉수 괴물이 진정하고 돌아가면 다시 조용하게 늪에서 알을 찾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은 살짝 기대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데드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늪바닥에서 또 다른 색의 촉수 괴물이 솟아올랐다. 젠장. 이 녀석은 아멜리아보다 더 크다. 몸을 퍼드득 떠는 것이 역시 이 새로운 촉수 괴물도 데드풀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앗! 지금 남편? 프랑코? 내가 떠난 뒤로 슬퍼하다가 만났는데 너무 좋은 촉수라고? 내가 끼어들 여지 따윈 없다고? 오……. 축하해! 천생연분을 만났구나. 그럼 이제 나 좀 내려주면 안 될까? 지금 내 친구가 기다ㄹ”

 갑자기 입 속으로 파고든 촉수 때문에 데드풀은 말을 마칠 수가 없었다. 굵기가 다른 촉수 몇 가닥이 아멜리아와 프랑코의 몸에서 뻗어나와 데드풀의 몸을 감쌌기 때문이다. 촉수에서 흘러나온 산성 점액질이 슈트를 녹이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은 위기가 닥쳤음을 느끼고 어떻게든 데드풀을 빼내기 위해 다시 촉수 괴물들을 향한 공격을 재개했다. 거미줄은 소용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남은 방법은 육탄전뿐이다. 스파이더맨은 괴물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옆에서 알짱대는 것이 귀찮다고 느껴졌는지 아멜리아가 휘두른 팔에 제대로 얻어맞고 꼴사납게 날아가 근처 나무에 부딪혔다. 그리고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간 정신을 잃었던 걸까. 스파이더맨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얼얼한 뒤통수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끄응 하는 신음이 절로 입에서 새어나왔다. 시야가 아직 뿌옇다. 잠시 눈을 끔뻑이며 정신과 시력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곧 시야가 맑아지고 주변 풍경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다시 선명해진 눈앞에 보이는 것은…… 너덜너덜한 슈트를 몸에 걸친 채 거의 나체 상태로 촉수들에게 희롱당하는 데드풀이었다.

 데드풀의 온몸은 끈적거리는 정체모를 액체들로 번들거렸다. 아마 대부분은 촉수 괴물의 몸에서 흘러나온 점액질이겠지만……. 아닌 것들도 섞여있는 것 같았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솔직히 알고 싶지 않았기에 더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정체모를 액체들로 남겨두는 것을 택했다.

 눈과 코, 입에서는 눈물과 침 등 체액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마 많이 괴로울 것이다. 입은 빠듯하게 벌어져서 빠른 속도로 출납하는 촉수를 삼키고 있었다. 목구멍 깊숙이까지 들어갔다가 나오는지 목이 볼록하게 부풀었다가 원상태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숨 쉬는 것이 힘든 듯 상체가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얇은 촉수들이 성기를 감싸고 문지르고 있었고 몇 가닥은 요도를 침범하고 있었다. 뒷구멍에도 비교적 굵은 촉수 두 가닥과 얇은 촉수 몇 가닥이 각기 다른 속도로 출납을 반복하고 있었다. 얼마나 깊게 파고드는 건지 뱃가죽이 울렁이며 움직이는 것이 보일 지경이었다.

 빨판이 붙은 촉수들은 데드풀의 신체 여기저기를 훑으면서 붉은 멍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힐링 팩터 때문에 금방 사라질 텐데, 회복되기가 무섭게 다시 자국을 남기기를 반복하다가보니 온 몸에 붉은 기가 사라지지를 않았다.

 데드풀의 몸은 사지가 구속된 채 좍 벌어져있었기에, 이 모든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스파이더맨의 시야를 강타할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충격적인 비주얼에 다시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간헐적으로 들리는 데드풀의 비명이 묘하게 들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맙소사…….”

 지금 보이는 상황이 아까 들은 데드풀의 음담패설과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데드풀은 아멜리아라 불린 저 촉수 괴물과 아는 사이임이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음담패설은 단순히 섹스 판타지가 아니라 경험담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스파이더맨은 빨리 이 난관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난 한 가지 방법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데드풀이 항상 착용하던 ‘자랑스러운’ 파우치들과 카타나는 늪 위에 떠 있었다. 가라앉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거미줄을 뻗으면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데드풀을 범하느라 정신없는 괴물들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웹슈터를 작동시켰고, 성공적으로 파우치와 카타나를 몸 쪽으로 끌어들였다.

 분명 토치 같은 걸 꺼내는 걸 봤단 말이지……. 그 작은 주머니에서 온갖 것들을 꺼내던 데드풀을 기억하며 스파이더맨은 파우치를 뒤졌다. 하필 첫 번째로 살펴본 주머니에서 콘돔 뭉치와 각종 향의 루브를 발견하는 바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곧바로 다른 파우치를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다음 파우치에서는 원하던 물건을 찾아냈다.

 원하던 것을 찾아낸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의 카타나를 등에 매고 나서 거미줄을 사용해 근처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거미줄을 쏘며 늪가 근처의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거미줄을 기둥에 단단하게 고정시키며, 방금 전 구상했던 단순한 장치를 만들어나갔다. 생각보다 요란한 움직임이었을 텐데, 다행히 행위에 열중한 괴물들은 스파이더맨이 깨어난 줄도 몰랐다. 아니면 알아도 관심이 없었거나.

 이유야 어쨌든 스파이더맨은 무사히 장치를 마쳤다. 그리고 이제 촉수 괴물들의 주의 끌기를 시도했다.

 “야!!! 이 변태 문어들아!!!!!”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거미줄을 쏘아댔다. 주의 끌기는 성공한 것 같았다. 촉수 몇 가닥이 빠르게 스파이더맨이 있는 곳으로 뻗어왔기 때문이다. 좋아. 지금이야! 마음속으로 타이밍을 재고 스파이더맨은 나무에 장치한 거미줄을 세게 당겼다. 그리고 바로 거미줄에 아까 파우치에서 찾아낸 토치로 불을 붙이고 몸을 데드풀 쪽으로 날렸다.

 우지끈 하는 소리를 내며 나무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거미줄을 타고 올라간 불길이 나무에 옮겨붙기 시작했다. 습한 늪지대라 과연 불이 붙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조금씩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불이 붙은 나무들은 곧장 괴물들 쪽으로 쓰러졌고, 괴물들은 나무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데드풀의 몸을 감싸고 있던 촉수를 풀어냈다.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이 있는 쪽으로 몸이 떨어지는 동안 카타나를 뽑아들고 데드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나머지 촉수들을 끊어낸 후 데드풀을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의 몸이 늪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동안 스파이더맨은 휴대용 차원이동기기를 조작해 수면에 떨어지기 직전, 간신히 그곳을 벗어났다.

 

두 사람이 떨어진 곳은 어느 한적한 빌딩의 옥상이었다. 다행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칠게 숨을 고르며 둘은 시멘트 바닥에 쓰러졌다. 아예 대자로 드러누워 버린 스파이더맨이 물었다.

 “이제 어떡하지?”

 “집으로 돌아가야지…….”

 대답하는 데드풀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몰골은 더 처참했다. 넝마조각이 된 슈트는 몸을 가리는 기본적인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끈적이는 액체 때문에 지저분한 이물질이 온몸에 묻어있었다. 아직도 몸에 붙어있는 촉수 조각들을 떼어내는 모습을 보며 스파이더맨이 다시 물었다.

 “그 꼴로?”

 “으음. 이제 이 도시에서 내가 어떤 몰골로 돌아다니든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걸?”

 하긴. 쟤가 다 벗고 돌아다니던 게 한두 번이던가. 바로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심했다. 어딘가 괴로운 건지, 찢어진 마스크 너머로 미간에 잡힌 주름이 보인다. 어쨌든 위험한 상황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도록 2인 팀을 만든 것인데, 결국 데드풀이 이 꼴이 된 것은 자신이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이 든 스파이더맨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데드풀에게 말했다.

 “경찰은 신경 쓰겠지. 뉴욕 괴생물 사태가 해결되기 전에는 네가 외설죄로 재판 받는 시간도 아까워.”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의 몸을 거미줄로 둘둘 말았다. 처참한 몰골은 이제 거의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시끄럽게 꺅꺅대는 입마저 막아버리자 완전히 고치가 되어버린 데드풀을 한손에 끼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데드풀의 은신처를 향해 거미줄을 쏘았다.

 

 창문을 열고 먼저 데드풀을 안쪽으로 들여보낸 후 스파이더맨도 뒤따라 들어왔다.

 “넌 창문 단속 안 하냐.”

 스파이더맨이 데드풀을 감싸고 있던 거미줄을 풀어주며 물었다. 드디어 입이 다시 해방되자 데드풀은 콧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내 창은 언제나 스파이디를 향해 열려있어♡ 나랑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구♡”

 “하아. 됐다. 말을 말자.”

 데드풀이 몸에 붙은 거미줄을 떼어내는 모습을 보며 잠시 침묵하던 스파이더맨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진짜 어떡하지? 결국 필요한 건 찾지도 못했잖아. 네 몸이 좀 회복되면 다시 가야 할 텐데……. 그 녀석들 엄청 화나 있겠지?”

 “오. 아니. 다시 갈 필요 없어. 필요한 건 가져왔거든.”

 “뭐, 정말? 아니, 도대체 언제?”

 스파이더맨 마스크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것을 보며 데드풀이 킬킬거렸다.

 “그런데……. 꺼내는 데에 시간이 좀 필요해.”

 “어디 있는데? 넌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내가 꺼낼게. 어차피 바로 연구실로 가져가야 하니까…….”

 피곤해 보이는 데드풀에게 호의로 한 제안이었지만, 데드풀은 드물게 몸을 경직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니, 내가 할게. 내가 해야만 돼.”

 뭔가 낌새가 이상하단 것을 눈치 챈 스파이더맨의 눈 모양이 가늘어졌다. 또 뭔가 사고를 쳤나? 이 상황에서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건가?

 “너 또 무슨…….”

 “웹스. 아무리 나라도 이 이상 너를 괴롭히고 싶지는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거북이가 알 낳는 거 본 적 있어?”

 “뭐? 갑자기 그건 왜…….”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데드풀은 아랫배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손등 밑으로 살짝 부푼 아랫배가 보였다. 그 순간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이 어디에서 알을 꺼내야 한다는 건지 이해했다.

 “설마…….”

 “거북이는 대자연의 경이를 느끼게 해 주지만 나는 경악하게만 만들 뿐이라고. 썩은 아보카도의 산란쇼로 악몽 꾸기 싫으면 이만 돌아가.”

 “…….”

 데드풀은 스파이더맨에게 손을 흔들며 터덜터덜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아랫배를 덮은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을 보니 괴로운 것 같았다.

 

 “도와줄게.”

 “끼야악!”

 갑자기 욕실 문이 벌컥 열리며 들이닥친 스파이더맨 때문에 놀란 데드풀이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그걸 안전하게 연구실로 운반하는 것도 우리 일이야.”

 “내, 내가 꺼내서 가져간다니까!”

 데드풀이 당황스러워하며 스파이더맨을 욕실 바깥으로 내보내려 했지만 꼼짝 않았다. 거미의 슈퍼파워를 이길 수 없었던 데드풀은 결국 체념했다. 대야를 아래에 받치고 그 위에 쪼그려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다른 사람, 심지어 그가 평소 동경해 마지않은 히어로이며 친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알몸 상태인 자신의 치부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면 누가 쉽게 아랫배에 힘을 줄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데드풀은 그 정도의 변태는 아니었다. 아랫배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아 뱃속 가득한 알들은 나오지 않고 데드풀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사실 괴로운 건 스파이더맨도 마찬가지였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남의 사타구니를 들여다보며 자연적으로는 보기 힘든 기이한 현상을 관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많이 알아버린 날이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고 빨리 상황을 마무리하고 잊어버리고 싶은데, 눈앞의 원인 제공자는 도무지 상황을 개선시키지를 못하고 있었다.

 신체적으로도, 또 수치심에 정신적으로도 괴로움이 극에 달한 데드풀은 급기야 시뻘개진 눈가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힘을 주어도 알이 나오지 않아 괴로워하는 것으로 판단한 스파이더맨은 “도와줄게.” 하고 말하며 데드풀의 아랫배로 손을 뻗었다.

 데드풀은 기겁하고 놀라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스파이더맨은 괜찮다며 반대편 손으로 데드풀의 등을 쓸어내리면서 아랫배를 힘주어 눌렀다.

 “이런 씹……!”

 데드풀은 욕이 섞인 비명을 지르며 알을 쏟아냈다.

 알 뿐만 아니라 프랑코의 정액인 듯한 탁한 흰색의 액체도 대량으로 함께 뿜어져 나왔다. 중간중간 공기가 섞여 민망한 소리가 나자 수치심을 못 견딘 데드풀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스파이더맨은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데드풀을 토닥였다. 하지만 아직 알이 다 나온 것이 아니었기에 한 번만 더 참으면 된다고 달래며 아랫배를 눌러 알을 빼내는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한 번 해봐서일까. 데드풀도 얌전히 스파이더맨에게 매달린 채 비교적 수월하게 알을 내보냈다.

 “……됐어. 깨끗하고 순수한 데드풀은 이제 없어. 더 이상 스파이디는 날 좋아하지 않을 거야.”

 5분간 더 이어진 사투 끝에 대야의 반이 알과 백탁액으로 채워졌고, 데드풀의 아랫배는 다시 원래 모습을 회복했다. 시무룩한 목소리로 데드풀이 입을 열자 스파이더맨은 한숨을 쉬며 품에서 데드풀을 놓았다.

 “넌 처음부터 깨끗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았고, 난 널 좋아한 적도 없어.”

 “어떻게 BFF에게 그런 말을!”

 “너랑 난 BFF 아니야.”

 스파이더맨은 난장판 속에서 알을 골라내 깨끗한 양동이에 옮겨 담았다. 작업을 계속하면서도 데드풀의 말은 곧잘 받아쳐주었다. 다시 말장난을 걸기 시작한 걸 보니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친구 아니었어?”

 “응. 딱 거기까지만 허용할게.”

 “우린 무슨 관계야?”

 “하아. 애증에 가깝다고 하자.”

 “LOVE라니!”

 “듣고 싶은 거만 듣지 마라.”

 다시 농을 걸어올 것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의아하게 여긴 스파이더맨이 데드풀 쪽을 돌아보았다. 새하얘진 얼굴이 보였다.

 “왜 그래?”

 “아, 알이 덜 나왔나봐. 뭔가가 뱃속에서…… 아오!”

 아픈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배를 감싸 쥐었다. 당황한 스파이더맨은 주워 든 알들을 양동이에 급하게 담고 데드풀 쪽으로 몸을 숙였다. 데드풀은 바닥에 주저앉아 항문으로 오른쪽 손가락 두 개를 밀어넣고 헤집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프기만 할 뿐 효과가 없었다.

 “너무 깊이 있는 것 같아. 윽……. 도와줘, 스파이디!”

 “어, 어떻게?!”

 “카, 칼을 좀…….”

 데드풀은 다급한 표정으로 욕실 밖을 가리켰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보고 네 배를 가르라고?”

 “그게 제일 빠르단 말이야! 아무래도 낌새가…… 부화하려는 것 같아. 빨리!!”

 “나, 난 못 하겠어. 차라리……”

 데드풀이 그럼 내가 직접 할 테니까 라는 말을 내뱉기도 전에 스파이더맨의 손가락이 데드풀의 항문을 파고들었다. 촉수 괴물의 체액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지 제법 수월하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허억 하고 숨을 들이키며 신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손가락이 닿는 거리에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더 깊은 곳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미안해, 웨이드. 조금만 참아봐.”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의 항문이 찢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손가락 개수를 늘려갔다. 어느 정도 늘어난 것 같자 다섯 손가락을 모아 입구에 대고 천천히 밀어넣었다. 손가락, 손등, 손목을 거쳐 마침내 손 전체가 들어가자, 천천히 장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데드풀이 아프다고 제발 그만 하라고 신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참으라고, 바르르 떨리는 어깨를 문지르며 달래는 말을 계속하면서 빨리 알을 찾아내기 위해 팔을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마침내 아래팔뚝의 3분의 2가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찾았다! 하는 소리와 함께 부화 직전의 알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팔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들어갈 때보다 제법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는 바람에 데드풀의 입에서는 연신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미, 미안! 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괜찮아?”

 “흐윽……. 촉수플에 산란플, 거기다 스파이디랑 피스트퍽이라니……. 오늘은 꼭 일기 쓸거야.”

 데드풀이 숨을 몰아쉬며 뭐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걸 듣고서야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이 사정한 것을 알았다. 눈물 자국이 선명한 붉은 얼굴이 보이자 스파이더맨도 덩달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 아니, 이건 그냥……. 그, 그리고 여기서 흥분한 네가 더 이상한 거잖아!”

 “내가 뒤로 한 경험이 많기는 해도 이 정도까지 해본 적은 없단 말이야. 책임져.”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네가 괴로워 하길래 도와준 거잖아! 자, 봐. 알도 꺼냈다고!”

 스파이더맨은 손을 펴서 데드풀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확실히 다른 알들과는 다르게 색이 진하고 투명한 껍질 너머로 유체가 꿈틀거리는 게 보이는 것이, 정말로 조금만 더 그대로 두었으면 데드풀의 뱃속에서 부화했을 것이다. 그걸 도와준 건데, 뭐라고?

 “난 내가 직접 칼을 쓰겠다고 하려고 했어! 그걸 듣지도 않고 말도 없이 내 구멍에 팔뚝을 쑤셔넣은 건 스파이디 너잖아. 이건 강간이야. 고소할 거야.”

 “야! ……하아. 됐다. 난 알이나 챙겨서 연구실로 돌아갈 거야.”

 “아, 진짜 나쁜 남자네. 친절한 이웃은 어디 갔어?”

 툴툴대는 데드풀을 뒤로하고 스파이더맨은 알이 담긴 양동이를 조심스레 챙겨서 욕실 밖으로 나왔다.

 어쨌든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알들이 부화하기 전에 연구실로 옮겨서 조사하고 필요한 물질을 추출하는 것이었다. 알이 쏟아지지 않도록 거미줄로 양동이를 잘 포장한 후 한 손에 들고 창틀에 걸터앉아 바깥으로 나갈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아직 열려있는 욕실 문을 향해 소리쳤다.

 “어……. 말도 없이 그런 건 사과할게. 난 그저 너를 빨리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야. 씻고 나서 몸이 좀 나아지면 어벤져스 타워 연구실로 찾아와줘.”

 그리고 재빨리 창틀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스파이더맨이 급하게 떠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데드풀과 말싸움하는 도중에 눈치 챈, 반쯤 서 버린 자신의 아랫도리 때문이었다.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의 은신처에서 멀지 않은 인적 드문 골목 옆쪽으로 들어갔다. 이대로 이동할 수는 없어. 생각을 정리하자…….

 ……따듯한 체온이 그대로 느껴지던 데드풀의 안. 평소와 다르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떠는 몸에서 느껴지던 진동.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상기된 얼굴. 신음을 참으려고 깨문 아랫입술에만 핏기가 사라져 있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흘러나오던 애절한 목소리…….

 맙소사. 뭘 떠올리는 거야?!

 미친 놈이랑 어울리더니 나도 미쳐버렸나. 양 팔로 머리를 감싸쥐고 자조 섞인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최대한 끔찍하고 싫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피를 다른 곳으로 몰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멀리 보이는 어벤져스 타워가 오늘따라 원망스럽게 느껴졌다.